숭례문이 전소되고,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너도나도 숭례문에 대해 방송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화재 원인에서부터 진압과정, 심지어 숭례문의 연혁까지..평소에 쏟지도 않던 관심 듬뿍 쏟아주시면서 다들 숭례문에 대해 한마디씩들은 했다.
숭례문에 처음 불이 붙었다고 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번에도 문화재청이 잔뜩 욕을 얻어 먹겠구나 였다. 산불로 인해 낙산사가 소실되었을 때도, 방화로 인해 서장대가 불탔을 때도 그랬다. 이미 낙산사 때 호되게 당한 문화재청이 지금 불과 2년이 조금은 지났을 뿐이지만 기본적인 대처방안은 마련하고 있을줄 알았다. 물론 마련해 놓았기는 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 이후 중요 목조문화재가 산불 등으로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차로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등 4곳에 수막설비, 경보시설 등을 설치했다. 숭례문도 우선 구축대상인 중요 목조문화재 124개에 포함돼 있으나 우선 순위에 밀려 아직까지 방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이번에 전소되는 큰 피해를 입게 됐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사람들의 반응과 언론의 대응에 코웃음이 날뿐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라는 글을 쓴적이 있다. 요는, '굵직한 사건만 발생하면 벌떼처럼 달라들어 관련기관에 책임을 운운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하고 있는 언사나 행동은 모두 이와 같다. 책임? 물론 중요하다. 책임을 질 사람이 나와야 십자가라도 들고 다 뒤집어 쓸테니까. 아무 잘못 없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닥달한다. 문화재청, 소방방재청이 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고.
그러나 나는 그 전에 묻고 싶다.
시민들은 대체 문화재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평소에 관심이나 있으셨나요?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시나요? 문화재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한 행정기관이 모두 책임지고 지켜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이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제발 사람들이 이 모든 일의 책임을 기관에만 떠넘기지 않길 바란다. 어느 특정 정치인 탓하는 것도 궁색하다. 스스로 생각해봐라. 그동안 문화재를 어떻게 생각해 왔고,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었는지. 매년 답사를 가서 문화재를 보면 한숨만 날 뿐이다. 석탑 근처에서 침을 뱉는 학생들, 더구나 우리의 밝은 미래의 새싹들인 초등학생들이 그런 행위를 하고 있다. 그 어린 아이들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되겠는가. 의식은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또, 지방의 한 서원을 찾아갔을 때 벽에 쓰여진 낙서. 누구누구 왔다감. 누가 누구 좋아함.
▶조선 굴욕의 상징 삼전도비
삼전도비는 병자호란 때인 1639년 청 태종이 조선 인조의 항복을 받아내고 세운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로 2월 백모씨가 굴욕의 상징이라며 비석에 ‘철거’라고 붉은색 페인트로 써넣어 훼손됐다.
이런 사람들. 고작 이런짓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이 모든 것이 과연 행정당국만의 잘못인가? 우리의 일그러진 시민의식을 행정당국이 하나하나 검사라도 하고 바로잡아야 하는건가? 이정도 의식밖에 가지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스로 말한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지만 반만년의 역사의 증거를 그들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스스로 생각 해봤으면 좋겠다. 무조건 너희 책임이야 라고 무턱대고 말하지 말자.
그리고 이럴 때마다 나와서 꼭 한마디씩 하는 이분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실제로 매뉴얼을 보면 굉장히 형식적이고 도식적이어서 별로 쓸모가 없다"며 "지속적인 진압 훈련과 유기적 협력체계가 절실하지만 예산타령에 이는 뒷전이었다"고 질타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직원 10명으로 문화재안전과를 신설, 관련 업무를 전담케 하고 있지만 이마저 형식적이란 지적이다.황 소장은 "직원 10명 중 도굴단속반원이 5명인데다 과장과 서무를 빼면 실질적으로 재난관리 업무는 한두 사람이 전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수백개의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예산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소방훈련이나 24시간 감시자 배치 같은 거 모두 예산이 뒷받침 되어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행정이 말만 하면 바로 되는 것도 아닌데 항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입바른 소리만 하고 있는 저분. 말로만 할 수 있을 것같으면 벌써 했지. 소잃은 외양간 앞에서 외양간 고치려고 망치질은 못할망정 왜 소를 잃게 외양간을 부실하게 만들었냐고 옆에서 꿍시렁대는 사람은 사양이다. 그런 문제점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이나 하면서 까지나 말고, 문화유산정책연구소면 연구소 답게 숭례문이 앞으로 어떻게 복원되고 그간 해왔던 개방문제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고찰이나 해봤으면 한다.
결론, 국민들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봐라. 자신에게도 누군가의 책임을 운운할만한 자격이 있는가 말이다. 그 후에 책임을 물어도 물어라.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심히 보기 좋지 아니하다. 제발 조금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킬 소임과 책임이 있다는 것을.


덧글
ZeroDevice 2008/02/11 23:49 #
... 600년 동안 그대로 있던 것이기에......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은 우리 이기에...
... 이 울분을 어디로 던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다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로 던지는 것 이겠지요.
... 잘못은, 불을 지른 사람에게 있습니다.
... 다만, 우리는... 600 년 동안 있어 주었던 '뭔가'를 완전히 잃어 버린 셈이지요.
... 그 뿐 인것 같습니다...
ZlatA 2008/02/12 06:31 #
국민의식 자체가 우리들의 전통과 문화를 소중히 하지 않죠.(이거 쓰고보니 여러가지 오해를 빚을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주저리 주저리 써대면 덧글이 아닌데ㅋ)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낀다면 이러한 문화재 훼손은 없었으리라 믿습니다.
바라니바람 2008/02/12 13:43 #
ZeroDevice/참 아쉽죠. 있을 때 귀한거 모르다가 막상 사라지고 나서야 아니까요.ZlatA/맞습니다. 국민의식에서 우리들의 전통과 문화는 거의 '아웃오브안중'이죠. 이글루스만 봐도 다들 정치문제에만 주력할뿐이니..평소에도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다같이 지켜주면 좋을 것을..이라는 아쉬움이 드네요. 국민의 의식 신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것같습니다.